메타데이터
항목 ID GC08001069
한자 民俗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지역 전라북도 부안군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성식

[정의]

전라북도 부안 지역의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생활 풍속.

[개설]

민속은 한 문화권 내에서 다수가 향유하고 있는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문화로 민중이 자연적·역사적·사회적 환경에 대처하고 적응하는 지혜와 믿음으로 엮어낸 생활 풍속이다. 민속의 범위나 분류를 설정하는 것은 나라마다, 문화권마다, 연구자에 따라서도 다르다. 그만큼 표준화된 기준점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민속의 범주를 구분할 때 통상적 사례 가운데 하나로 “①사회 구조·관혼상제, ②일상생활·의식주, ③민간 신앙·종교, ④세시 풍속·전승 놀이, ⑤민속 예술·생업 기술, ⑥구비 전승” 등으로 구분하는 방식이 있다. 부안군의 민속에 대한 정의, 범주, 분류, 유형 등은 통상적 관례에 따르되 앞의 분류 항목 중 ‘민간 신앙’, ‘세시 풍속’에 국한해 사례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마을 공동체 민속]

부안 지역의 민속 가운데 현재까지 강한 전승력을 유지하는 현장이 당산제와 줄다리기라고 할 수 있다. 2015년에 발간된 『부안군지』에 의하면 최소 36개 마을에서 당산제가 전승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당산제는 마을 공동체 신앙에 기반한 집단적 민속 행위의 하나이다. 마을 공동체 신앙으로서의 민속은 생업 환경과 밀접한 영향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에 민속적 표출 행위도 생업 여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부안 민속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을 공동체 민속 현장을 이 관점으로 대별하면 농촌과 어촌으로 구분된다. 다만 서해안 지역의 해안 마을은 일제 강점기부터 간척 사업이 집중적으로 누적되어왔다는 점에서 농촌화된 어촌 마을이 상당수에 이른다. 부안 지역도 일제 강점기는 물론이거니와 1960년대 계화도, 1990년대 새만금까지 지속적으로 진행된 간척 사업의 결과 어촌에서 농촌으로 생업 자체가 바뀐 마을이 적지 않다. 또한 서해안 지역 어촌 마을의 성격이 일부 도서 지역과 소수의 항포구 마을을 제외하고는 반농반어촌이어서, 비록 해안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당산제 민속의 정체성 측면에서는 여느 농촌과 다를 바 없다는 특징도 감안해야 할 사안이다.

부안 지역의 마을 공동체 민속을 농촌과 어촌으로 구분하여 사례를 들어보자. 전자는 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 내요리 돌모산이, 후자는 부안군 위도면 대리가 대표적이다.

내요리 돌모산 당산제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 공동체 신앙의 특징을 보여주는 민속 현장이다. 이 마을 당산인 오리 짐대[돌기둥에 돌 오리를 얹은 돌 솟대]는 당산 할머니로서 풍년 농사는 물론이고 초가집 시절의 가장 큰 재난인 화마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화재맥이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 마을 당산제는 줄다리기가 핵심에 놓여 있다. 줄은 농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신으로서의 용의 신체이기 때문에 함부로 대할 수 없다. 무단히 줄을 건너뛰다가 지골을 맞을 수도 있다. 줄다리기를 끝낸 뒤에는 줄을 메고 마을 터를 진압하는 주산 돌기를 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용신과 물아일체가 되기 위해서 온갖 장난[作亂]으로 황홀경을 연출한다. 줄을 이용한 마지막 의례는 ‘오리 짐대 옷 입히기’이다. 사실 오리 당산에 옷을 입힌다는 것은 일 년 내내 용이 똬리를 틀고 우리 마을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의 주술적 행위일 것이다.

부안군 어촌 민속의 대표적 현장은 위도 띠뱃놀이가 전승되는 위도면 대리 마을이다. 마을 어민들이 산신, 용왕신, 원당 서낭, 애기씨 서낭 등의 신격을 향해 제물과 굿 의례, 띠배를 바치면서 풍어와 제액을 기원하는 민속 행위가 띠뱃놀이로 명명되어 전승되는 곳이다. 매년 정월 초사흗날에 행해지는 띠뱃놀이는 원당제부터 시작한다. 이 마을과 바다의 열두 신을 모신 곳이 원당인데 마을 주산인 당젯봉 8부 능선쯤에 있기 때문에 매우 높고 가파르다. 이 마을 민속은 무녀가 주도하는 무당굿 의식이 핵심이다. 과거에는 무형 문화재로 지정된 당골 세습무 조금례[1917~1995]가 주무였으나 사후에는 육지에서 초청하여 치르고 있다. 깃손받기 등 무속 의례 방식으로 원당제를 마치면 마을 선창가로 이동하여 용왕제와 띠배 띄우기를 거행한다. 띠배는 띠풀과 볏짚, 싸리나무, 소나무 등을 재료로 길이 3m, 폭 2m 정도의 크기로 만들고, 볏짚으로 7개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선장과 사공 등 임무를 부여한다. 용왕굿이 끝나면 제상의 제물은 물론이고 마을과 주민들의 액운까지 모두 실은 뒤 먼바다로 띄워 보낸다.

위도 띠뱃놀이 는 마을과 바다의 수호신에게 무속 의례와 뱃노래와 풍물굿과 춤놀이와 헌식을 드리면서 풍어와 해상 안전을 기원하는 어촌 마을의 공동체 신앙 행위를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세시 민속]

부안 지역 민속 중에서 세시 민속을 살펴보겠다. 우리나라 농촌 지역의 세시 민속은 여타 지역과 대동소이하다. 세시 민속의 기반이 농경 세시에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어촌 지역은 통상적인 세시 민속과 다를 수밖에 없다. 생업의 기반이 조석이라는 물때와 어로에 있기 때문이다.

명절을 제외한 부안 지역의 세시 민속을 간략히 살펴보겠다.

정월 대보름은 당산제를 지낸다. 부안 민속의 핵심은 각 마을에서 행하는 당산제와 이때 병행하는 줄다리기에 있다. 요즘은 당산제를 지내지 않는 마을을 중심으로 ‘달집태우기’를 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월 초하루는 ‘하드렛날’이라고 부른다. 벌레 퇴치를 위한 주술 행위로 콩을 볶아 먹거나 울타리에 뿌린다. 또 이날은 주부들이 ‘영등할머니’를 모시는 날이다. 영등할머니는 농사가 시작된다는 이날 내려와서 스무날 올라간다고 한다. 영등할머니는 매우 영금해서 대접을 잘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크게 벌을 받거나 동티난다고 여긴다. 과거에는 이날 여성 중심으로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한 액맥이를 하는 마을이 많았다.

삼월 삼짇날은 ‘화전놀이’를 갔다. 농촌 지역은 오월 단오가 농번기와 겹치기 때문에 삼짇날 화전놀이가 더 성행하였다.

오월 단오는 사실 모심는 농번기와 겹친다. 따라서 농업 중심 지역에서는 이렇다 할 여가를 내지 못한다. 줄포에서는 모래찜을 하는 풍속이 있었다. 변산 근방에서는 직소 폭포로 물맞이를 간다.

유월 유두는 ‘물코 밑에 가서 전 부쳐 먹는 날’이라고 한다. 농사일을 하루 쉬면서 논 수확을 기원하는 행위로 ‘유두 차례’라고 한다. 가난한 집이라도 보리개떡이나 밀수제비를 만들어 이웃과 함께 먹는 풍속이 있다.

칠월 칠석이나 백중날은 주지하듯이 ‘술멕이 날’이다.

절기상으로 추석 안에 추수하기가 어려울 경우, ‘올기쌀’을 만들어 ‘올기심리’를 하기도 한다.

시월 모날 차례가 있다. ‘모날’은 사실 ‘말[馬]’ 날이다. 이날 팥떡을 해서 마당에 쌓아 둔 나락두지 앞에 차려놓는 것을 모날 차례라고 한다. 농신(農神)한테 드리는 감사 의례이다. 여기까지가 농사와 관련된 세시 민속에 해당한다.

어촌 마을에서는 세시 민속보다 어로 신앙이 더 적절한 용어이다. 어로 신앙은 어선과 조업을 중심으로 행해진다. 어촌에서는 선주를 중심으로 뱃고사를 지낸다. 위도식도에서는 주로 마을 당제를 모신 직후에 당에서 받은 ‘깃손’이나 ‘산쌀’을 배에 안치하고 뱃고사를 지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위도, 곰소, 격포, 계화도 등 어선을 운영하는 어민들은 특정한 날에, 즉 정초나 추석, 섣달그믐 등에 뱃고사를 드리는 풍속이 있다. 뱃고사는 배에 늘 모시는 배서낭[소당 애기씨]을 대상으로 치른다. 과거 풍선이나 중선배 시절에는 배서낭을 반드시 모시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지금은 매우 희박해졌다. 뱃고사는 이밖에도 배를 새로 지어 진수할 때[진수고사], 그해 첫 조업에 나설 때[출어고사], 조업의 풍흉에 따라 수시로[당고사] 지낸다.

어로 신앙에서는 농촌 지역과 달리 도깨비고사가 두드러진다. 어민들에게 도깨비는 그물에 고기를 몰아준다고 생각하는 존재이다. 부안 지역 해안가 마을에서는 근래까지 독살어살 어업이 행해졌다.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에는 두 개의 독살이 있는데, 일 년에 두세 번 사리 때에 맞춰 도깨비고사를 지낸다. 이때 빠지지 않는 제물이 메밀묵이나 메밀떡이다. 도깨비가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부안 지역 어촌 마을에서는 ‘조기심리’가 중요한 신앙 의례 중 하나이다. 첫 조업에서 잡은 조기 중에서 가장 실한 것을 마을 서낭이나 배서낭, 또는 조상님께 바치는 의례가 조기심리이다. 농촌 마을에서 행하는 ‘올기심리’와 같은 맥락이다.

현재 부안 지역의 세시 민속이나 어로 신앙은 나날이 퇴색하고 있다. 현대의 농법이 기존의 절기와 맞지 않는 탓도 있겠지만 농촌이나 어촌이나 간에 농기구나 어선 장비의 첨단 기계화, 기성 종교의 확산, 도시화된 가옥 구조 등이 주요한 원인일 것이다. 이에 대한 변화의 양상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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